프랑스 생활 - 마르세유 뮤즈 콘서트 (2019 뮤즈 월드 투어) Muse 2019 Simulation Theory World Tour
2019년 7월 9일 무덥기만 하던 남프랑스에 비가 내렸습니다.
할렐루야!
그래도 오랜만에 비 소식이 참 반가웠습니다.
오전부터 비가 내리고 하늘은 흐릿흐릿하고 제 기분도 별로였어요…
하던 일이 잘 안 돼서, 인생에 대한 고민과 회의에 빠져드는 날이었거든요.
저녁에 뮤즈 콘서트가 있는데, 8개월 전에 예매한 콘서트인데, 콘서트를 제대로 즐기려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자꾸 쳐져서 우울했어요.
이 날 콘서트가 시작되는 저녁에도 비가 내릴까 봐 걱정했는데, 오전에만 잠시 오고 말았습니다.
저는 사실 뮤즈의 팬이 아닙니다. 뮤즈라는 그룹의 이름은 알지만 아는 노래는 Time is running out 뿐이었어요. 그것도 무한도전을 보다가 알게 된 노래라는…ㅋㅋㅋ
원래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은 전날부터 설레어했습니다. 몽펠리에에 사는 친구들도 뮤즈 콘서트를 보기 위해 마르세유에 오기로 되어있었거든요. 오랜만에 친구들도 보고 뮤즈 콘서트도 보고 정말 들떴더라고요.
마르세유 축구장인 오렌지 벨로드롬(Orange Velodrome)에서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오렌지 벨로드롬 근처에도 가지 않지만(무서워서ㅠㅠ) 오늘은 콘서트가 있는 날이기에 걱정 없이 갔습니다.
콘서트는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이라 저는 저녁 6시에 나갈 준비를 마쳤지요.
이미 콘서트장 주변은 많은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피자 트럭, 맥주 트럭, 핫도그 트럭 등 푸드 트럭들이 경기장 주변에 즐비하여 음식 냄새와 사람들의 열기가 섞여 축제 분위기가 났어요.
‘MUS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우울했던 분위기는 조금씩 업되기 시작했습니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뮤즈를 좋아하더라고요. 친구들 말로는 표가 8개월 전에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뮤즈에 대해 무지했던 저는 뮤즈의 인기를 새삼 실감한 날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공연장 앞에서 표를 팔려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축구 경기장이라서 입구가 엄청 많았습니다. 저희는 표에 적혀있는 입구를 찾아서 갔는데, 줄이 엄청나게 길더라고요. 경기장에는 저녁 7시가 되어서 도착을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줄도 엄청 길어서 과연 공연 시간 7시 30분까지 입장을 마칠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었답니다. 지난 몇 년간 심심찮게 곳곳에서 테러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에서 가방 검사와 몸수색은 아주 철저했고 그러다 보니, 줄이 길었습니다. 물병 뚜껑도 반입 불가였어요. 그래서 목마를까 봐 챙겨갔던 1리터짜리 생수병을 뚜껑이 없어 가방에 넣지도 못하고 다 마실 때까지 손에 들고 있었다는…
몸수색을 할 때 남성은 남성 수색원이 여성은 여성 수색원이 수색을 하는데요. 제 몸수색을 하던 마담이 저를 보고 웃으면서 “You are the only chinese girl here.”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아시아 사람은 저 하나뿐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중국 사람이 아니니까, “I’m korean.”라고 친절히 대답하고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많은 유럽 사람들이 동양인 =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하고 불친절해서라기보다 무지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자꾸 저한테 중국 사람이라고 하면 불쾌해서 인상 쓰면서 지나갔는데, 요즘은 그러려니 하고 그냥 중국인이 아니고 한국 사람이라고 대답을 해줘요.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중국 사람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요. 아무튼 몇백 명이 넘는 관객 중에 아시아 사람이 저 하나뿐이었겠습니까? 분명 어딘가에 다른 동양인 분들도 계셨을 것 같아요.
여차저차 저희는 공연 시간에 맞춰 입장을 했고, 스탠딩석을 구매해서 스테이지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공연장 이쪽저쪽에서 맥주 가방을 매고 생맥주를 파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이더라고요. 한국 야구장이 연상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맥주 한 잔에 8유로 (컵 비용 + 2유로) 였어요… 후덜덜. 처음에는 8유로고 또 맥주를 구매할 때는 6유로를 내고 컵을 재사용하면 되긴 하는데, 엄청 비싸서 놀랬답니다. 컵에 뮤즈 콘서트 포스터가 프린트되어있어서 컵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념품이 되었을 것 같아요.
공연 시간 7시 30분쯤 되니, 비어있던 객석이 거의 다 차고 제 주변에도 사람들로 빼곡했습니다. 그런데, 뮤즈가 바로 등장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먼저 등장한 뮤지션은 SWMRS(에밀리스 아미)라는 미국 펑크 록 그룹이었는데, 이 그룹이 처음 30분 공연을 했습니다. 보컬이 초록색 옷에 초록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하고 등장을 했는데, 엄청 개성 있어 보였어요. 관객의 흥을 돋구는 데는 소질이 조금 부족해 보였지만 그래도 열심히 공연하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저도 따라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주변에 아무도 소리 지르는 사람이 없어서 소리 못 질렀답니다.
그리고 8시에 SWMRS(에밀리스 아미)가 공연을 마치고 30분 정도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장비를 다시 설치하고 옮기고 다음 공연을 위한 무대 세팅 시간이었죠. 저는 다리가 아파서 자리에 퍼질러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여기서, 프랑스 사람들의 공연 문화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요. 공연장이 경기장이고 오픈된 야외 공간이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댔습니다. 저는 흡연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티를 내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흥에 젖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스탠딩석이라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담배 냄새뿐 아니라 담뱃재까지… 조금 위험해 보였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한 거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의 감정을 방해받지 않는다면 그건 쿨한 사람이 아니라 배려가 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프랑스 담배 문화는 흡연자에게는 천국이지만 비흡연자에게는 천국이 아니랍니다.
이렇게 담배 연기와 씨름을 하며 30분을 기다렸습니다. 8시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드디어 뮤즈를 보는 구나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짧은 키로 점프를 하며 무대를 살폈지요. But,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Mini Masions(미니 맨션스)라는 미국 인디 팝과 록을 하는 뮤지션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뮤즈가 아니어서 실망을 하며, 뮤즈 콘서튼데 왜 자꾸 다른 뮤지션이 나오냐며, 혼자서 구시렁구시렁 하면서 공연을 감상했습니다. (보컬의 슈트핏에 살짝 반하면서 ㅋㅋ )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대 매너도 좋았고, 음악도 괜찮았습니다. Mini Masions(미니 맨션스)도 30분 정도 공연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무대 세팅 시간이 돌아왔지요. 저는 또 주저앉아 뮤즈를 기다렸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다리가 아픈지 앉아서 기다리더라고요. 그동안 해가 져서 주변이 살짝 어두워졌습니다. (지금 프랑스는 서머타임이라 저녁 9시가 넘어야 해가 집니다)
한 9시 반쯤 되었을 때, 드디어, 커다란 전광판이 켜지면서 뮤즈가 등장합니다. 사람들 반응이 확실히 다르더군요. 스테이지에서 많이 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보다 키 큰 사람들이 한둘씩 제 앞을 가로막기 시작해서 저는 사람들 머리 사이로 겨우 뮤즈를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전광판이 커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전광판으로 보이는 영상 연출이 정말 정말 근사하고 멋있었어요. 미술관에서 보는 영상 작업들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하나의 예술 작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답니다. SF영화 연출 같은 포스터도 그랬지만 무대 연출도 역시 SF 공상 과학 영화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이미지들로 꾸며지고, 매튜 벨라미(Matt Bellamy)의 의상과 백댄서들의 의상도 SF적이었고 퍼포먼스가 정말 알찼답니다. 저는 사실 록은 잘 몰라서 뭐라고 비평을 할 수는 없지만, 라이브의 느낌은 집에서 듣는 것과 확실히 다른 엄청난 파워가 있다는 걸 다시 실감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콘서트를 위해서 집에서 이번 앨범 Simulation Theory를 여러 번 들었는데, 들으면서 그냥 새로운 신곡이구나 하고 듣다가 자리에서 들으니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무대 연출과 음악의 조화는 정말 저를 제대로 흔들어 놓았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소리 지르고 방방 뛰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나니 힘이 엄청 들더라고요.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저희 옆에 아일랜드에서 온 뮤즈 팬 3명이 있었어요. 그 사람들 정말 골수팬인지,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따라 부르더라고요. 그러면서 다음 나올 노래도 막 이야기하는데, 제대로 공부하고 온 티가 났어요. 덕질을 제대로 하는 팬의 모습은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뮤즈가 정면에 바라보는 객석에서 뮤즈 팬들이 뮤즈 로고 이벤트를 준비했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잘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따라 1시간 반 정도 방방 뛰고 나니, 드. 디. 어. 제가 아는 노래가 나왔습니다. (감동의 도가니!! 소리질러~) Time is running out!!! (무한도전 멤버들의 얼굴이 연상된 건 함정 ㅋㅋㅋ)
3시간 정도 거기 있으면서 가장 크게 소리 지른 것 같아요. 아는 노래가 나오니 역시 더 신이 났답니다. 너무 좋아서, 노래도 부르고 싶고 방방 뛰고 싶고 추억을 위해 동영상도 찍고 싶고, 그래서 그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하고 나니, 제 몸에는 더 이상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동영상도 아주 엉망으로 찍혔습니다.
저에게는 Time is running out, 이 곡이 하이라이트였기 때문에 더 이상 여한이 없었어요. 그래도 아직 몇 곡이 더 남아 있어서,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열광의 도가니에 다시 빠져들었지만 제 다리에는 더 이상 감각이 없었답니다. 그렇게 의식이 흐릿해져 갈 때쯤 공연은 레이저 쇼와 종이꽃가루를 날리며 클라이맥스를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을 불렀다고 생각될 때쯤 무대의 불이 꺼졌고, 공연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관객들은 뮤즈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뮤즈는 다시 등장했고 3곡 정도를 더 부르고 ‘Merci Marseille!’를 외치며 사라졌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저를 포함한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공연이 끝나는 게 정말 아쉬웠거든요.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렸는데, 뙇! 들어올 때 엄청났던 인파는 나갈 때도 엄청났습니다. 이제 집에 가고 싶은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전진할 수가 없었어요. 마르세유 인구 모두가 경기장에 모인 느낌이랄까. 앞으로 가고는 있는데, 출구가 보이지 않는… 그래서 공연은 11시 반쯤 끝났지만, 공연장을 나가는데 1시간 30분 정도가 더 걸렸어요. ㅠㅠ 집에 도착했을 때, 온 에 감각이 없었답니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침대에 누울 수 있었어요. 너무너무 즐거운 공연이었지만, 정말 피곤한 날이었습니다.
프랑스에 있으면서 여러 공연을 보았지만, 이렇게 큰 공연은 처음이라 사실 크게 기대 없이 갔는데, 값어치를 한다고 말하면 적당할 것 같아요. 다른 공연보다 조금 비쌌지만 정말 들을 거리와 볼거리가 엄청난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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